하와이 여행기 2
10월 2일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또 10월 2일 오전이다. 이제 숙소를 찾아가야 한다.
잠깐 택시를 탈까 싶었는데 혼자 다니는데다 짐도 별로 없어서, 숙소까지 갈 버스를 타려고 버스 정류장에 왔다.
예전에 공항에서 와이키키 시내까지 갈 때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께서 팁까지 80달러를 요구하신 적이 있어서 택시 타기 무서웠던 것도 있다.
20번 버스를 탔는데, 내가 가려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걸 탔다.
버스 기사님께서 이거 와이키키 가는거 아니라고 먼저 말씀 해주셨는데 숙소 체크인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버스투어나 할 생각으로 그냥 탔다.
그런데 종점이 생각보다 너무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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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풍경 보다가 눈치껏 종점인 것 같아서 내렸는데 맞았다. n년 버스 통학러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버스는 나를 내려주고 나서 Not in service로 바뀌었고, 기사님께서는 어디론가 가버리셨다. 주변에 비둘기 말고 뭐가 너무 없어서 살짝 걱정이 됐다.
그러던 찰나에 벤치에 앉아계시던 분이 계셔서 용기내어 어떻게 여기서 와이키키로 갈 수 있는지 여쭤봤다.
그분께서는 다행히 친절하게 대답해주셨고,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께서는 내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왜 온건지, 무엇을 할건지 등등 거의 입국심사 급으로 내게 많은 질문을 하셨다. 그래서 나도 이것저것 여쭤봤다. 그 분의 성함은 크리스토퍼였고, 하와이 토박이이며 그냥 평범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 호텔로 외부 미팅을 가던 중이었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땐 가방은 직장인인데 옷이 등산복이어서 미팅을 가시는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이것 또한 하와이의 문화일까? 마침 같은 버스를 타야 하는 분이셔서 더 이야기하다가 같이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크리스토퍼는 내게 숨은 여행 명소를 추천해주셨고 이런 저런 팁을 알려주셨다. 버스타고 가는 길에 보인 Pearl Harbor National Memorial을 꼭 가보라고 하셨다. 내가 한국의 어느 도시에서 온건지 관심을 가지기도 하시고, 버스가 공항을 다시 지나갈 땐 어느 항공사 비행기 타고 온건지 물어보셨다. 이렇게 비행기와 공항 이야기도 했는데, 그분도 마침 나처럼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이셔서 대화가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하와이의 부동산 정책이 어떻고 주거 환경이 어떠한지까지 이야기 주제가 넘어갔다. 여행객에게 이런 이야기도 해주시다니 크리스토퍼는 대화 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그 분께서 먼저 버스에서 내리셨고 마지막까지 내게 밝게 인사해주셨다.
그분 덕분에 이번 여행 내내 버스 타고 팁 주는 것은 문제 없었다. 그에게 난 그저 이방인이었을 텐데 오늘 처음 만났는데도 무언가 챙겨주려고 하시고, 말동무도 해주시니 감사했다. 그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고, 이 일은 분명 내게 좋은 추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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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해서 버스를 잘 타고 왔고, 마침 딱 체크인 가능 시간(14:00)이 되어 숙소에 체크인했다.
나는 Honu Waikiki by ALOH라는 숙소를 잡았고, 여성 전용 6인 도미토리 룸을 골랐다.
근데 하와이 물가가 너무 비싸서 호스텔을 잡아도 1박에 resort fee까지 10만원 정도 가격이었다. 여행 전 숙소를 찾을 때 아무래도 나 혼자 침대 두 개 있는 호텔 가는건 사치인 것 같아서 최대한 안전하고 저렴한 것을 찾아봤다. 하와이에 새로 생긴 캡슐호텔이 있대서 원래 거길 가려고 예약했는데 여행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소통하고 싶어 1주일 전에 바꿨다.
숙소 리셉션에 계신 직원분이 한국계 미국인이셨다. 체크인할 때 이름 물어보셔서 말씀드리니까 갑자기 익숙한 억양과 발음으로 “한국인이세요?” 하시길래 너무 반가웠다. 방금 전까지 크리스토퍼랑 이야기하며 오느라 혀가 꼬여있던 상태였는데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조금 풀 수 있었다.
여기는 6인실이지만 거실4인+방2인 이렇게 지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었다.
미국이지만 신발은 벗고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바닥이 너무 더러워서 조금만 걸어다녀도 발바닥이 까맣게 변했다. 그래서 난 비행기에서 준 슬리퍼를 꺼내 신었는데 기내에서 안신고 가져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거실에 이미 한 분이 와계셨고, 간단하게 인사를 나눴다. 호주에서 온 Lucy라는 분이셨다.
나는 거실이 아닌 방으로 배정받았고 덕분에 묵는 동안 비교적 편하게 지냈다.
직원분께서 오늘부터 체크아웃까지 같이 지낼 룸메이트도 한국분이라고 하셨는데, 내가 한국인이라고 방 배정도 룸메이트도 일부러 더 배려해주신 것 같다.
이런게 지연(?)일까 싶었다.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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